김충렬 박사의 ‘부부상담’
부부상담에서 다루는 문제들(2)
부부상담에서 다루게 되는 문제는 다양한 편이다. 부부간 갈등은 기본적으로 서로의 개인적 가치나 애정이 상실되었을 때 발생해 여러 원인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갈등이 심화되면 부부 불화로 이어지는데, 해결되지 못하면 더 심각한 증상으로 발전하여 파국에 이르기도 한다. 이는 부부상담에서 다루는 문제들이 상당히 복합적임을 의미한다.
1. 성-문제
성-문제는 부부상담에서 다루는 문제 중 상당히 중요한 측면이 있다. 부부관계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가 되는 점에서다. 부부에게 성-문제는 서로의 관계와 그 정도를 확인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이런 부부간 성-문제는 서로의 열기를 불어넣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무슨 불이든 연료가 계속 공급되지 않으면 꺼지기 때문에, 계속 타기 원하면 연료를 계속 공급해야 한다. 난로로 비유하면 불이 꺼지기 전에 장작을 계속 집어넣는 것과 비교할 수 있다.
실제로 부부는 결혼 전 연애 시절의 감동과 생기, 친절과 배려를 계속하면서, 현실에서도 그것이 유지되어야 한다. 그래서 부부는 현실생활이 아무리 힘이 들고 피곤하더라도 서로 다정하고 부드러운 말과 태도로 원만한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부부의 성-문제는 마음으로 생각만 해서는 안 되고, 말로 표현하고 행동으로 나타내야 한다. 그런 중요성에도 부부의 성이 문제가 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해 다음 몇 가지로 구분하여 기술하기로 하자.
1) 성-문제의 특징
부부생활에 있어 성-생활은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될 문제이다. 성생활에 문제가 발생하면 어떤 형태로든 원만한 관계가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부부는 현실적으로 서로의 사랑과 성(性)으로 관계가 형성되기에 부부생활은 성생활이라 부르기도 한다. 서로의 성에 대한 만족도가 부부관계를 가늠하는데 중요한 요건이기 때문에, 부부의 성생활 정도는 부부상담에 핵심 문제로 자리하고 있다.
부부의 성생활에 대한 불만족이나 성(性)으로 인한 갈등은 흔히 다른 문제로까지 표출되거나 비화되는 수가 있다. 예를 들어 한쪽이 원만한 성생활을 원하는데 거부하게 되면 문제가 된다. 그러면 불만을 가진 쪽이 극단적 행동을 시도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잠재한다. 불륜이나 외도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극단적인 예에 해당하지만, 성에 대한 불만족이나 비정상적 성생활에서 비롯되기에 오늘날 부부상담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우리는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가 성-관계를 원하면서도 서로의 차이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남녀는 성에 대해 본질적 차이가 있다. 남성은 성-경험에 있어 신체적이고 성기적인(보다 외관적) 반면, 여자는 감정적이고 관계적(보다 내향적)이라는 점이다.
남성: 육체 중심적, 시각에 의에 자극, 언제 어디서나 성관계 주도
빨리 반응, 성관계 중 다른 일에 정신을 쏟지 못함, 성적 만족을 위해 오르가즘을 느껴야 함, 오르가즘이 짧고 강렬하며 육체 중심적이어서 단 한 번임.
여성: 감정과 관계 중심적, 느낌, 냄새, 감촉, 말에 의해 자극, 성관계 주도횟수 적음
느린 반응, 다른 곳에 정신을 팔기 쉽다, 오르가즘이 감정 중심적이고 여러 번 가능함.
위에서 나타난 차이는 기본 생물학적 차이로, 남성과 여성의 뇌가 성에 관련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부부관계에서 성-문제가 중요한 요인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부부관계에서 성-문제는 서로를 연결하는 끄나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부부관계에서 성은 아름다운 것이자 매우 중요한 연결수단이 된다.
그러나 성에 대한 왜곡된 신념들, 부족한 지식, 상충되는 성적 태도로 인하여 문제가 야기된다. 이런 문제와 잘못된 태도를 자각하게 하고 교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실제로 부부로 하여금 성에 대해 보다 긍정적 태도와 감정을 터득하도록 돕고, 실천을 통하여 강요 없이 기쁨을 누리고 기술을 터득하도록 도와야 하기에 성생활의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2) 성-문제에 대한 상담적 대응
부부의 성-문제 상담에서는 대개 불만족과 관련된 성-기능의 문제가 가장 많은 편이다. 성-기능 문제란 부부의 성-욕구 충족이라는 심리적 문제를 포함해 실제 성-기능에 대한 것이 중요하다. 성-기능의 문제는 특성상 성-만족을 방해 및 저해하는 요소들로서, 다음과 같은 문제가 주로 다루어진다. 불감증, 발기불능, 조루증, 오르가즘을 경험할 수 없는 것, 피임 방법 견해 차이, 성욕 차이, 성관계 횟수, 시기 및 장소, 성관계에 민감하지 않은 것, 외도나 불륜 등이다.
물론 부부는 원만한 성생활을 위하여 상호 노력 및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때 부부는 건전한 성에 대한 지식을 갖고, 성에 대한 자유로운 대화를 모색하며, 성생활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아가 부부는 성에 대한 서적이나 비디오를 보며, 서로의 느낌과 좌절감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상담자는 성-문제에 대한 상담에서 일단 부부가 성적으로 얼마나 협력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해 부부의 성생활이 이루어지는 정도를 확인해야 한다. 특히 과거와 현재의 성생활 차이, 성관계 횟수 등은 중요한 진단기준이 된다. 이를 위해 성욕 과소, 성-혐오, 통증, 성관계 방법, 체위, 오르가즘, 성-만족 등을 점검할 수 있다. 이때 성-기능 문제나 장애를 진단하는 기준으로 신체생리적, 심리적, 관계적 원인을 들 수 있다.
신체생리적 원인으로는 주로 성-기능에 문제가 일어나는 신체적인 결함으로, 신경이나 해부학적인 이상을 들 수 있다. 여기에는 척수손상이나 당뇨병과 같은 각종 질병, 신체의 피로감 등이 포함된다. 심리적 원인으로는 개인의 성에 대한 자신감이나 긍정적 심리와 반대되는 것으로 죄의식, 불안, 성에 대한 부정적 태도나 가치관, 성에 대한 의무감, 강박관념 등이 있다. 관계적 원인으로서는 대개 서로간의 성관계를 방해 및 저해하는 요소이다. 부부간 미움이나 적개심, 결혼생활에 대한 불만, 불(不)신뢰, 부모와의 관계, 성에 대한 부정적인 과거 경험 등이 있다.
성-기능의 문제와 관련하여 상담자는 의학적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성-기능은 여러 복합적 요소가 있어 간단하지 않기 때문인데, 상담자는 비뇨기과의 진단이나 치료를 권면할 수 있다. 그러나 부부의 성생활이 성에 대한 잘못된 지식에 의한 것이라면, 상담자의 성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동원하여 그들에게 알려 바르게 인식시킬 수 있다. 이런 점에도 상담자는 부부의 성생활이란 무엇보다도 부부의 심리적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중요시해야 한다.
2. 성격 문제
성격 문제도 부부상담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진다. 부부는 성격의 차이로 인한 갈등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이혼 원인에도 성격 차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물론 이것이 얼마나 순수한 결과인지 의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성격 문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다. 임상 경험에 의하면, 일반적인 부부의 경우 부부가 서로의 성격을 정확하게 이해만 해도 갈등과 문제가 거의 6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성격의 문제 대해 다음과 같이 구분할 수 있다.
1) 성격 문제에서의 특징
부부의 문제는 서로간의 성격차이에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성격 차이는 부부간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데서 발생하는 것으로, 근본적으로는 서로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과 관련된다. 그러기에 성격 차이는 존재의 차이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거나 극복하지 못한 결과로 일어나는 갈등 양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부부는 대개 생활에서 흔히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요구하거나 서로의 성격을 개조하려는 데서 필연적으로 갈등이 표출된다. 여기에는 서로의 성격이 맘에 들지 않거나 성격으로 인해 괜한 오해가 생기는 경우, 그리고 서로 다른 성격으로 갈등이 유발되는 경우 등이 해당한다.
그런 점에서 부부에게 서로에 대한 성격에 대한 이해는 배우자에 대한 진정한 이해에 해당한다. 그렇지 못할 때 서로의 관계가 원활하지 못하는 등 정신적 억압과 소외가 발생하여 무의미한 부부생활로 치닫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예전과 다르게 성격 차이로 부부가 파탄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성격 차이로 인한 이혼률이 45% 정도로 나타나는 것은 이를 입증한다. 이로 인해 부부상담에서는 부부간 성격에 대한 이해와 관심, 바른 대처 자세가 더욱 요구된다.
2) 성격 문제에 대한 상담적 대응
성격 문제 상담에서 상담자는 서로의 성격을 정확하게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성격검사’를 실시하여 성격의 장, 단점을 구분시켜 이해하게 해주는 방법이 일단 도움이 된다. 그것은 단순한 상담자의 설명에 그치는 것이 아닌, 성격 검사라는 객관적 방법을 근거로 하기 때문이다. 상담 경험에 의하면 이 방법은 상호 이해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서로를 설득하는 데도 매우 효과적이다. 부부는 서로의 성격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을 그만큼 기울이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성격 검사의 방법으로서는 크게 구성적 검사와 비구성적 검사로 구분된다. 먼저 구성적 성격 검사로는 미네소타 다면적 인성검사(Minnesota muliphasic personality inventory: MMPI)와 캘리포니아 심리 검사(California psychological inventory: CPI)가 있다. 다면적 인성 검사(MMPI)는 정신병리를 평가하는 것으로 문항이 550 또는 380 문항인데 다양한 심리검사가 가능하다. CPI는 지배성, 사교성, 자기수용성, 책임감, 사회화 등의 측정을 목적으로 한다. 물론 구성적 성격검사가 모든 것을 정확하게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를 이해하는데 객관성을 담보해 준다.
다음으로 비구성적 성격 검사로는 로샤잉크반점 검사(Rorschach inkblot test)와 주제통각 검사(TAT: thematic apperception test)가 있다. 로샤잉크반점 검사는 데칼코마니 형태로 된 10장의 카드로 정상인과 비정상인의 정신장애 구분에 사용된다. 그것은 주로 피검자의 무의식적 특성을 검사하는 것으로, 검사자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나아가 이 검사는 상담자의 전문적인 지식이 전제되는 한 상대방의 무의식을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주제통각 검사(TAT)는 30장의 주제를 담은 그림이나 대개 20장 정도를 사용하여 피검자의 동기와 선입견, 방어기제, 갈등내용,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알아낸다. 그러나 최근에는 칼 융(C. G. Jung)의 성격유형론을 바탕으로 개발된 성격유형검사(MBTI: Myers Briggs Type Indicator)가 순수한 성격검사로서 높은 적중도를 나타낸다고 인정받고 있다. 여기서는 성격의 외향, 내향을 구분하고, 사고, 감정, 감각, 직관, 판단, 인식을 조합하여 16개의 성격유형을 알아낸다. 이에 따라 각 성격유형의 장, 단점을 각각 제시하는 방법이다.
성격검사를 통한 성격 이해는 객관적이기 때문에 서로 신뢰하는 경우가 많고, 수긍 정도도 좋은 편이다. 임상 경험에 의하면 성격 검사를 통하여 상담자가 서로의 특성을 잘 설명하면, “그런 줄도 모르고 많이 오해했다”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는 진정으로 상대방의 성격을 몰랐던 경우이다. 그러나 정반대의 경우도 있는데, 이는 상대방의 성격을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우이다. 이는 아마도 배우자의 성격을 자신이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닐테고, 인정하고 싶지 않아 괜히 트집을 잡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3. 부부폭력과 정신병적 증상
부부폭력은 갈등의 관계가 극단적으로 치닫는 상태이다. 부부폭력은 대개 부부간 갈등, 즉 사소한 것으로부터 시작해 심각하게 발전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은 부부가 결혼에 대해 갖는 기대와 결과가 서로 일치하지 못하고, 서로를 이상적으로만 바라보면서 비현실적 기대를 하는 데 문제가 있다. 심하면 정신병적 증상으로도 이행된다.
1) 부부폭력과 정신병적 증상의 특징
부부폭력과 정신병적 증상은 주로 구타를 당하는 아내와 드물지만 구타를 당하는 남편, 의처증과 의부증 등과 관련된다. 부부폭력은 정도에 따라 다음 4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첫째는 물리적 폭력으로 폭력 과정에서 막대기, 몽둥이, 혁대 등의 물건, 심지어는 칼 등의 흉기를 사용하는 형태이다. 둘째로는 신체적 폭력으로서 손찌검이나 주먹을 휘둘려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형태이다. 여기에는 강제적 성관계와 같은 성적 폭력도 해당한다. 셋째로 기물 파괴로 가재도구나 집기 등을 손상시키거나 애완동물에게 폭력을 가하는 형태이다. 넷째는 심리적 폭력으로서 협박, 폭언, 요설, 모욕을 가하는 형태이다.
이 4가지와는 다른 것으로 폭주, 외도 등으로 상대방의 심리를 극도로 자극 및 괴롭히는 형태도 있다. 이는 상당히 고질적인 문제로서 전문가의 치료가 요구된다. 그러나 폭력적 증세는 치료가 간단하지 않은데, 개인의 유전적 소인과 성장 과정에 연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이러한 문제로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상담사례가 상당하다.
심리학 연구에 의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의 경우 성장 과정에서 그것을 보며 자란 경우가 많고, 정신병적 편력을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신병적 증세로는 의처증이나 편집증, 질투망상 등 주로 상대방을 신뢰하지 못하는 일종의 의심병이다. 이러한 의심병은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이며, 평소에도 내담자에게 대해 의심을 일삼으며 스스로 불안해하는 상태이다.
심리적 불안이나 의심은 주로 자신의 내부에서 비롯된 것으로 대개 열등감과 관련된다. 자신감 부족이 많은 의심을 불러일으켜 스스로 불안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상태는 성장배경과도 관련이 있다. 심하게 억압을 받거나 주변의 인정을 받지 못한 채 성장한 사람, 현재에도 불안정한 현실이나 극심한 의심 가운데 생활하는 사람과 관련된다. 반대로 아내가 남편에 대해 갖는 의부증, 질투망상도 있다.
2) 부부폭력과 정신병적 증상의 특징
부부폭력과 정신병적 증상에 대한 상담으로서는 일단 증상 제거가 중요하므로 상담자는 폭력의 원인과 소재를 파악하는 근본적인 심리 문제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부부폭력은 심리적 불만이나 오해가 행동으로 표출된 것이기에, 상담자는 근본 원인을 발견해 내야 한다. 이런 경우 심리적 문제로는 부부의 욕구불만,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 자존감의 결여, 결혼에 대한 후회, 자아실현과 성관계의 불만, 자신의 열등감 등 다양한 관련가능성이 있는 편이다.
그런가 하면 정신병적 증상과 관련되는 것으로는 유전적 소인이나 집안 내력에서 비롯된 것도 있다. 이 경우 부부가 함께 치료를 받아야 하며m 특별한 치료가 요구된다. 최근 분노조절 및 분노표현 방법을 배우는 폭행제어 교육이 개발되는 등 다양한 치료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분노를 자극하는 용어나 단어를 삼가하기, 화가 났을 때 달래거나 침묵하기, 나아가 분노나 다툼이 일어난 현장을 회피하기 등을 훈련받는다.
임상 경험에 의하면 적극적 방법으로 상대방을 달래는 방식의 이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고, 다음으로 화가 난 현장을 피하는 것이 소극적이기는 하지만 가장 좋을 때도 있다. 그러나 화난 채로 말하기 전 1-2초 동안 침묵을 지키는 것도 제어 방법이 된다. 그러나 더 중요한 방법은 상대방의 성격과 태도, 그리고 행동을 이해하고 감싸주는 사랑일 것이다. 상대방이 화가 난 것은 역설적으로 사랑을 요구하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전문가를 만나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출처 : 크리스천투데이 (Http://christiantoday.co.kr)